ㆍ코레일, 20일부터 계약 해지요건 갖춰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의 백지화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자금조달 방안을 둘러싼 출자사들의 이견 차가 커 제3자가 마련한 중재안마저 결렬됐다. 용산사업은 31조원의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들어가는 건국 이래 최대 프로젝트다. 코레일은 오는 20일부터 사업해지가 가능하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날 10명 전원이 참석한 이사회는 양측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향후 일정도 잡지 못했다. 이날 이사회는 지난달 21일 전략적 투자자인 롯데관광개발과 KB자산운용, 푸르덴셜이 제시한 중재안을 놓고 수용 여부를 논의했다. 중재안은 건설사가 부담해야 할 자금규모를 2조원에서 9500억원으로 줄이되 코레일이 2조4000억원의 토지대금 반환채권을 추가 발행하는 게 골자다. 또 2011년까지 코레일에 내야 할 분납이자 1477억원을 2015년 3·4분기로 연기하는 조항도 들어있다.
코레일은 이날 이사회에서 반환채권 발행을 제외한 나머지 중재안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반환채권은 코레일이 공기업인 만큼 토지계약금을 담보로 잡는 것은 관련 법률에 위배돼 수용하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물산을 축으로 한 건설투자자들은 그러나 중재안 이전의 입장을 고수하며 양보를 거부했다. 삼성물산 측은 “자금조달은 각 주주사별로 지분비율에 따라 분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용산역세권사업은 극적인 타결이 없는 한 파국으로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
코레일은 지난달 21일 드림허브PFV에 최후통첩을 한 상태다. 정해진 기간 안에 지불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레일은 한달이 되는 20일부터 계약해지 요건을 갖추게 된다.
또 지난해 85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 대한 이자(128억원) 납기일인 9월17일까지 자금이 조달되지 않을 경우 드림허브는 양측 의지와는 상관없이 디폴트를 선언하게 된다.
일부 이사사들은 이날 삼성물산 측이 종전 입장을 고수하자 “삼성이 사업을 계속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부동산 경기가 사그라들면서 사업성이 낮아진데다 원주민들의 반발을 감안해 사업을 포기하기 위한 수순밟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실 시공사인 건설사들은 리스크를 가장 적게 지고 가장 먼저 확정된 이득을 가져가게 되는데 자금 조달을 거부할 경우 사업진행을 지속할 카드가 없다”고 말했다.
김흥성 코레일 대변인은 “이사회에 제시한 안건은 코레일의 마지노선인 만큼 건설사 측이 지급보증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협상의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건설사의 양보가 없으면 사업이 백지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코레일이 기존 건설컨소시엄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투자사 물색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지분에 참여한 이사들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시공사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사업시행자를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인 데다 삼성 측이 계약해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다른 건설사들도 수익성이 당초 예상보다 급락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고 지급보증 규모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협의할 부분이 남아있는 만큼 데드라인은 돈을 내야 하는 9월17일”이라며 “사업 포기 의사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