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제 묵상 노트에서 다시 가져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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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주일엔 어느 성당에서 일일 피정이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오는데...
그 성당 마당에는 자동차를 주차하는 부근에 작은 잔디 둔덕 위로 성모님상이 놓여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 자매님이 상모님상을 붙들고 뭐라고 계속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간혹 흐느끼면서..
그 모습이 너무 가여워 누구라도 그러는 것처럼
그녀를 위하여 화살기도를 바치며 지나 갔지요.
얼마후 다시 필요한 물건을 가질러 주차한 마당으로 나갔는데..
아까 그 자매님이 비를 주룩 주룩 맞으며 이제는 통곡을 하고 있었습니다.
성당 마당 끝에 놓여진 성모님상을 붙들고 가슴 저 밑 바닥에서부터 울려 나오는
꺼이 꺼이... 통곡의 울음 소리에
주위의 모든 만상들이 함께 울어 주는듯 했습니다.
잔디..
정원 바위..
작은 화분들..
추적 추적 내리는 비..
모두가 그녀를 위하여 울어 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통곡이 온 만상을 흔들었지요.
잠시 발걸음을 멈추며...
아!!
저 이는 무슨 아픔이 저리도 절절할까...
무엇이 저이를 그토록 절절하게 찔리는 아픔으로 통곡케 한 것일까!
너무나 처절하게 통곡하는 그이의 아픔으로 제 가슴도 절절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주님, 부디 저 여인을 버리지 마소서!!
오늘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세상에 내려진 슬픔들이여!
세상에 내려진 아픔들이여!
세상에 내려진 통곡들이여!
가슴 미어지는듯, 목젖 저 끝으로 눈물을 삼키며 저도 아픈 가슴으로 회개합니다
어지럽고 힘든 이 사회에서 나 역시 그녀의 원초적인 아픔에 일조를 한 죄인일지 모르는데....
주님 이 죄인도 용서 하소서!
너무 너무 아픈 마음으로 그녀의 등 뒤에서 작은 내 기도를 덧 붙였지만
그 통곡은 제 뇌리를 강타하며 아픔과 함께 긴 묵상의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이처럼 처절한 아픔을 가슴에 안고 사는 수 많은 상처투성이의 사람들 모두는
주님께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시며 당신의 팔 안에 감싸 안고 다니시는
가장 소중한 보석임을 느끼며..
그 날...
비를 맞으며 절규하는 그 여인에게 한없이 인자하신 성모님은
마치 지극한 사랑으로 그녀를 내려다 보시며 위로하시고
아픔을 나누시는 모습으로 비춰졌습니다.
부디 그 여인이 성모님의 사랑으로 모든 나쁜 일들이 씻기워지고
성부, 아버지의 사랑으로 저 한 맺힌 절규의 상처를 모두 낫게 하여 주시기를....
그리하여 주님의 축복을 넘치도록 받게 되시기를...
더불어 이 사회가 정말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가 되어
삶의 아픔이 한 사람의 몫이 아니고 모두의 합심으로
살 맛 나는 참사랑의 사회가 되기를 기도 합니다.
시편 72,12
-- 그는 하소연 하는 번민을 구해 주시고
도움 받을게 없는 약자를 구해 주시며
약하고 가난한 자들을 불쌍히 여기고
가난에 시든 자들을 살려 주며
억울한 자의 피를 소중히 여겨
억압과 폭력에서
그 목숨 건져 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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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욜부터 성경공부 봉사를 해야 하기에 준비를 하며 잠시 들여다 보고 있는데..
문득 몇년 전에 있었던 일에 너무 가슴이 아파 적어 둔 글이
우연히 눈에 띄어 다시 읽어 보니
역시 그때의 느낌이 그대로 기억으로 되살아나네요...
얼마나 그녀가 가엾던지요!
그리고 그렇게 울며 주님께 달아들었으니 지금은 분명 하느님의 은총으로
그녀의 일과 고통과 아픔이 잘 해결되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금 현재도 무너지는 아픔으로 고생하며 슬퍼하는 많은 십자가의 님들을 위하여
이 거룩한 사순절을 맞으며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넘쳐 따뜻한 은총의 선물이
강물처럼 님들에게 흘러 내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나이다
사순절에 가슴이 메여오네요. 우리모두를 위해여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