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상식

잡스 앗아간 췌장암…생존율 7% 가장 못된 암

그낭 그럿게 2011. 10. 8. 23:35

[암정복] 잡스 앗아간 췌장암…생존율 7% 가장 못된 암

디지털시대 삶의 질을 확 바꿔놓은 스티브 잡스가 숨을 거두면서 그의 생명을 앗아간 췌장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잡스가 8년간 투병해온 췌장암은 비교적 드문 질병이지만 우리나라 10대암 중 생존율(약 7.6%)이 가장 낮은 무서운 암이다.

췌장암은 증상을 자각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조기진단이 힘들다. 또한 암의 성장이 매우 빠르고 전이가 쉽게 이뤄진다. 발견했을 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로 악화돼 있어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전체의 15~20%밖에 되지 않는다. 췌장암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지만 가장 흔한 요인으로 흡연이 꼽힌다.

을지대병원 외과 이민구 교수는 "췌장암의 20~30%가 흡연과 관련이 있으며 흡연자의 경우 췌장암 발생 위험도가 비흡연자에 비해 2~5배 높고 그 위험성 또한 흡연량에 비례한다"고 지적했다.

췌장암은 장기간의 당뇨 병력이나 만성 췌장염, 고지방식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직계가족 중 1명 이상이 50세 이전에 췌장암에 걸렸거나 나이와 상관없이 2명 이상의 환자가 있는 경우 가족력이 작용할 수 있다.

췌장은 담낭과 함께 작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신체기관이다. 복부 뒤쪽 중앙에 위치해 있는 췌장은 크기가 바나나 정도(약 15㎝)로 하루 20여 종의 효소를 함유한 췌액을 분비하며 소화를 돕는다. 분비되는 췌액의 양은 무려 1500~3000㏄에 달한다.

췌장은 또 당분을 분해하는 인슐린 같은 호르몬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혈액 속으로 들어온 포도당을 우리 몸의 근육, 지방, 간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만약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당뇨병과 같은 질환으로 이어진다. 당뇨병을 앓는 환자는 췌장에서 인슐린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거나 근육이나 지방조직, 간, 기타 다른 세포에서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해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다.

◆ 잡스의 췌장섬세포암 예후는 좋아 췌장에 생기는 악성종양(췌장암)은 크게 외분비조직에서 기원한 '외분비종양'과 내분비조직에서 기원한 '내분비종양'으로 나뉜다. 흔히 말하는 췌장암은 외분비조직 중 췌장관에서 기원한 췌관선암을 말하며 췌장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예후가 복부 내 장기에서 발생하는 암 중 가장 나쁜 쪽에 속한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명환 교수는 "췌장암의 90%는 췌관선암으로 5년 생존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하며 대부분 1년 안에 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스티브 잡스가 앓았던 췌장암은 췌장의 내분비세포에서 기원한 췌장 내분비 악성종양으로 '췌장섬세포암'이라고도 부르며 발생 빈도가 매우 낮다. 보통의 췌관선암과 달리 섬세포암은 예후가 상대적으로 좋으며, 암세포가 자체 내분비기능을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기능성 내분비 종양이라 한다. 종류로는 인슐린종, 가스트린종, 글루카곤종 등이 있다.

췌장섬세포암은 생존율이 10년 전에는 평균 2년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5년 이상을 웃돈다. 이 암은 항암제, 표적치료제 등이 개발되면서 평균 생존기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 증상은 식욕감퇴ㆍ복부 팽만ㆍ황달 췌장암이 발병하면 먼저 식욕감퇴와 복부 팽만 증상이 일어난다. 그러면서 소화불량을 겪게 되고 상복부에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또 구부리고 앉으면 통증이 없어지고 반듯이 누우면 통증이 더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이와 함께 등과 허리에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통증을 동반하며, 체중이 감소하고 무기력함을 느끼게 된다. 췌장 머리부분에 암이 발생할 경우 그 안을 지나가는 담관을 막아 황달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센터 주광로 교수가 2007년 1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진단한 85명의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초기 증상에서 수술 후 예후까지 분석한 자료를 보면 환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증상은 복통으로 전체 49.4%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 황달(23.5%)과 소화불량(15.3%)이었다.

종양의 위치와 크기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전체의 61.2%가 췌장 머리 부분에 분포해 있었고 종양의 크기는 2~5㎝가 전체의 51.8%를 차지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전이 부분이다. 전체 발생의 61.2%인 머리 부분의 암은 발견 당시 전이가 되어 있는 경우가 52명 중 14명으로 약 27%였다. 그러나 몸통 부분인 체부는 75%(16명 중 12명), 꼬리 부분인 미부의 암은 발견 당시 약 89%(27명 중 24명)가 이미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됐다.

◆ 복부 초음파ㆍCTㆍMRI 등으로 진단 췌장암이 조기 발견되지 않는 것은 췌장암의 자각증상이 다른 소화기계 증상들과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증상인 복통과 식욕부진, 체중감소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췌장암을 의심하기보다는 위염, 위궤양, 만성피로 등을 우선 생각하게 된다. 악성종양(암)이라고 해도 위암, 대장암 등을 먼저 의심하는 것이 보통이다.

췌장암 진단은 복부 초음파를 먼저 시행한다. 하지만 췌장이 위나 대장 등 다른 장기들에 파묻혀 있어 잘 관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장에 가스가 차 있거나 배가 많이 나온 환자들은 췌장 자체를 식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복부 자기공명영상(MRI)을 비롯해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 내시경 초음파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췌장암에 대한 혈액 속의 종양 표지자로는 'CA 19-9'가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지만 다른 암으로도 CA 19-9 수치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췌장암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 췌장암, 전이 여부에 따라 치료방법 결정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고 췌장에만 국한돼 있는 경우 췌장의 일부분이나 전체 또는 주변 조직을 함께 절제하게 된다.

이민구 교수는 "췌장암이 머리 부위에 생긴 경우에는 '휘플씨 수술(Whipple's operation)'을 시행하는데 이는 췌장의 머리, 소장의 일부, 위의 하부, 담낭과 담관을 절제하고 남은 췌장과 담관을 위의 상부에 붙이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또 유문 보존 췌십이지장 절제술은 휘플씨 수술과 유사하지만 위를 보존하는 수술이다. 합병증 발생률이 높고 수술 자체가 어려워 시행률이 높지 않지만 최근 시술수준 향상으로 국소적인 절제가 가능한 췌장암 치료를 위해 시행되고 있다.

만약 암이 전이돼 수술이 힘든 경우 증상을 경감시키고 환자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항암치료를 실시한다. 이는 적혈구, 백혈구 및 골수세포를 감소시키고 다른 소화기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암이 전이되지 않았지만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며, 이때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병행하면 생존 기간 연장에 도움이 된다.

◆ 금연과 더불어 건강한 식생활 필요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대표적인 췌장암 유발 원인은 흡연이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보다 최대 5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하는 건강한 식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소화가 잘 이뤄지도록 밥에 현미나 찹쌀 등 잡곡을 섞어 먹는 것이 좋다. 브로콜리 속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셀레늄은 항암작용이 탁월하다. 시금치, 사과, 양파에 함유된 플라보놀 성분은 췌장암 발병 위험을 줄여주고 토마토에 함유된 리코펜 성분 또한 강한 항산화 작용을 한다. 물을 하루에 1.5~2ℓ 정도로 자주 마시는 것이 췌장암 예방에 좋다. 나이와 신체 조건에 맞는 적절한 운동과 절주도 췌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해 완치의 길로 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바로 정기검진이다.

주광로 교수는 "60세 이상 연령층에서 만성적인 복통이나 소화불량, 식욕감소 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문의를 찾아가 췌장을 확인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