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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날지 못하는 한국의 `KF-X` 전투기입니다|――·······

그낭 그럿게 2015. 10. 19. 04:05

저는 날지 못하는 한국의 `KF-X` 전투기입니다|――······· 세상은 요지경

동산마술사 | 조회 328 |추천 4 |2015.10.17. 09:13 http://cafe.daum.net/spdprpvuswlfmf/EKDO/1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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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날개가 있지만 날지 못하는 새의 슬픔을 아시나요? 푸른 하늘로 날아올라 마음껏 날개짓을 하지 못하는 새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것이 일상이지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보라매 전투기’ ‘KF-X’ 라고 부르는 저도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대한민국의 하늘을 누비며 아름다운 가을 경치를 구경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비행도 하지 못한 채 컴퓨터로 그려진 상상도 속에서만 존재하는 신세로 남아있답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저를 만들기 위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체계개발 계약을 맺는다고 하는데, 주변에선 “2025년까지 개발하기로 한 일정을 지킬 수 있겠느냐”며 우려스런 눈길을 보내 불안하답니다.

◆ “논란만 계속되니 걱정스러워요”

제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1년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2015년까지 국산 전투기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였죠.

합동참모본부는 2002년 11월 국산 ‘KF-16+급’ 전투기 120대를 장기 신규 소요로 결정하면서 제 이름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답니다.





하지만 그것이 길고 긴 기다림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습니다.  2003년 한국국방연구원(KIDA), 2006~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서는 ‘타당성 없음’ 판정을 받아 사라질 뻔 했죠. 반면 2009년 공군 의뢰로 실시한 건국대 조사에서 ‘타당성 있음’ 결과가 나와 2010년부터 2년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탐색개발이 이루어졌습니다. 여러분들이 얼마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보고 있는 상상도는 이 때 골격이 갖추어졌답니다.

ADD의 탐색개발도 논란이 끊이지 않자 KIDA는 2012년 재차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KIDA는 ‘수출가능성은 희박하며, 타당성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2013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조건부 타당’ 결론이 나와 올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죠.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해에는 공군기지에 둥지를 틀고 동료들을 기다려야 하지만 저는 여전히 컴퓨터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공간에 갇혀있답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J-20’과 ‘심신’ 전투기를 개발하며 스텔스기를 만드는데 한국은 사업 타당성 검증에만 10년이 걸렸으니, 그 길고 긴 기다림의 세월은 어찌 보상받아야 할까요.





◆ “미국에서 기술을 줄 수 없다는데 어찌해야 하나요”

10년에 걸친 ‘인고의 세월’이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나 싶었는데, 지난달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저에 대한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거론되면서 제 앞날은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 모든 논란의 시작은 미국에서 넘어올 저의 또 다른 동료 F-35A에서 비롯됐답니다.

군은 작년 9월 차기전투기 사업(F-X)으로 40대의 F-35A 전투기를 7조3418억원에 도입하기로 미 록히드마틴과 계약했습니다. 록히드마틴은 25건의 기술을 우리 정부에 이전하기로 약속했죠.


하지만 미 정부는 지난 4월 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 및 추적 장비, 전자광학 표적 추적 장비, 전자파 방해 장비 등 관련 기술과 각 장비의 통합에 필요한 기술 등의 이전을 ‘기술보호정책’을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답니다.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4개 분야 체계통합 기술은 제가 2025년에 한반도의 하늘을 누비는데 꼭 필요한 것이어서 “KF-X 개발이 어려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죠.

저에 대한 모든 이슈를 담당하는 ‘매니저’인 방위사업청은 “2013년 F-X 사업이 경쟁구도였을 때도 록히드마틴은 4개 기술 분야의 미 정부 수출승인(E/L)이 어렵다고 제안 자체를 거부했다”며 “하지만 4개 분야 중 일부는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해 E/L 승인을 추진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방사청은 개발 예산 중 8000억원을 4개 분야 장비 개발 및 체계통합 예산으로 책정하고, 이 예산 범위 내에서 개발 혹은 해외기술협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물론 유럽 방산업체들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현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 “저를 바라보는 의심스런 시선, 힘들어요”

저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우려스런 시선이 늘어나자 급기야 청와대가 나서서 진상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방사청 관계자들을 불러 전반적인 절차 등을 확인하기 시작했죠.





국방부와 방사청도 지난 5일과 6일 언론사 부장단을 초청해 설명회를 열고 ‘여론 달래기’에 나섰지만 큰 성과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회의적인 분위기가 더 강했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걸 보면 바로 알 수 있죠.

제 ‘매니저’인 방사청과 미래의 동료가 될 공군 등에서는 이러한 ‘불신 기류’에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왜 우리를 믿어주지 않느냐. 우린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지난 4월 미 정부가 ‘기술이전 불가’를 통보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고, 문제가 커진 이후에도 ‘플랜B’를 내놓지 못한 채 “의지가 있으면 가능하다. 믿어달라”는 말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 저 자신도 고개를 젓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군과 정부기관, 민간 연구기관, 관련 업체 등의 역량을 모두 모으고 예산을 증액하면 2025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저에 대한 비용을 대폭 삭감하는 등 시너지를 오히려 약화시키는 모습이 자꾸 보이는 게 현실이랍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저 역시 가상공간 안에서 여러 차례의 ‘성형수술’을 받으며 최신 트렌드에 맞는 ‘스텔스’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지 못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가상공간 안에서 생활하는 것도 이젠 힘들고 지칩니다. 제가 여러분과 함께 가을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하는 게 저의 유일한 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