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방/사순절 십자가의길

***이마에 재를 얹으며***

그낭 그럿게 2010. 2. 20. 02:27

 

***이마에 재를 얹으며***

    이마에 재를 얹으며 앞으로 사순 그러니까 40일 동안 지내게 되는 이 시기는 그 동안 우리들의 잘못과 죄를 반성하고 회개하며 다시 하느님께 대한 마음을 뜨겁게 하는 은총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초에 원죄가 있어서 비록 하느님으로부터 떨어져 있긴 했지만 그 죄로 인해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의 아들로 알아볼 수 있었고 또 우리 믿음의 맏형으로 모실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죄는 이미 복되다고 할 수 있는 거지요. 누군가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갖고 또 화가 나 있으면 그와 화해할 때까지 두고두고 마음이 불편합니다. 아예 대놓고 그 사람과 다투거나 언성이 높았을 경우도 있지만 정작 그 사람은 내가 서운해 하거나 화가 나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하는데 나 혼자 며칠 동안 끙끙 속앓이를 할 때도 있지요. 속상함이 더 깊어지기 전에 화해를 해야 하지만 그 계기를 찾는 것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부터 시작되는 사순 시기는, 하느님과 화해하기 딱!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실.. 나를 지어내신 분, 나를 이 세상에 보내신 분과 화해한다는 것, 그 자체가 참 송구스러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께선 우리가 내미는 화해의 손길을 내치신 적이 없으시죠. 은혜로운 때에 나의 말을 들어주고 구원의 날에 나를 도와 주신 분께서 지금 내게 당신의 손을 내밀고 계십니다. 나를 위해 이미 십자가에 내어주신 당신의 아들을 통해 우리들에게 다시 돌아오라,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계신 거죠. 그러고 보면,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먼저 화해하고 손 내미는 일이 자존심 상해 꺼려지는데 세상을 지어내신 창조주께서 나에게 먼저 화해를 청하시며 손을 내밀고 계신 겁니다.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겠죠? 나의 말을 들어주실 준비가 돼 있으신 은혜로운 때.. 이미 나를 도와 주시려고 모든 것을 마련해 두신 구원의 때.. 그 때가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입니다. 그저 우리들의 가난한 빈 손을 그 분께 내미는 것만으로 충분한 겁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 오늘 이마에 재를 얹으며 제가 떠나왔던 곳, 제가 다시 돌아갈 곳을 기억하려 합니다. 마치 이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그렇게 모든 것을 걸고 살아왔던 저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소서. 당신께서 제게 주신 생명의 숨을 거둬 가시면 저는 다시 한 줌의 재가 될 목숨임을 겸손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하시고 오늘부터 시작되는 40일 동안.. 당신을 향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저를 이끌어 주소서. 진홍색 같은 저의 잘못과 저지른 죄들을 속죄하기 위해 십자가의 어린 희생양이 되신 예수님의 고통을 묵상하며 제 마음과 영혼 다해 회개할 수 있는 은혜를 베풀어 주시고 저 또한 제 삶의 십자가를 품에 고이 안고 아들 예수님의 뒤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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