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바이크를 타고 정선아리랑의 애절한 사연이 깃든 아우라지 절경속에 한번
빠져봅시다.”
열차 정선선 아우라지~구절리 구간에선 더이상 기적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 구간에서 레일바이크(철로 자전거) 사업이
본격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종전까지 증산~정선~나전~아우라지~구절리로 이어지는 43㎞ 구간을 달리던 철마는 아우라지 역사에 멈춰선다.
당초 무연탄 수송을 위한 산업철도로 개설됐던 정선선은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 이후 효용가치가 떨어지면서 그동안 수없이 존폐논란에 휘말리는 등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왔다. 철도 당국이 만성 적자를 들어 폐지 방침을 표명할 때마다 정선군은 오지나 벽지 주민의 교통수단이 없어질 것을 우려해
반대입장을 나타내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기차 선로처럼 평행선을 달리던 양 기관은 지난해 9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모처럼 합의점을
찾게 됐다. 레일바이크 운영 등 철도관광 개발을 통해 정선선을 활성화하기로 한 것이다.
#철로 자전거
레일바이크
50대를 제작, 최근 시범운행을 마친 정선군은 오는 6월부터 본격 운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레일바이크는 연인용 2인승과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는
4인승 등 2종으로 제작됐다.
역사 주변 정리작업을 감독하고 있던 한 공무원은 “아직 요금은 책정되지 않았으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정도가 될 것이니 한번 꼭 타보시죠”라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기차를 타고 정선에 도착해 5일장과 화암팔경을 둘러보고 아리랑 창극을 관람한
후 레일바이크를 타면 금상첨화라며 지역의 자랑거리도 늘어놓는다.
정선 아우라지~구절리 구간의 레일바이크가 주목받는 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주변에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명소가 산재해 다양한 관광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출발점인
역사 주변엔 강원도무형문화재 제1호 정선아리랑의 발상지인 아우라지가 있다. 오대산에서 발원되어 흐르는 송천과 임계 중봉산에서 발원되는 골지천이
합류되어 흐르는 지점에 위치한 아우라지(어우러지).
“레일바이크를 타고 가다 아우라지의 물소리를 들으면 아마 남한강 천리 물길따라 목재를 운반하던
조선시대 뗏목 사공의 아리랑 소리가 들릴껴.”
철로를 걸어가다 만난 70대 할아버지는 “이곳이 바로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수할 당시
목재를 서울로 운반하던 이름난 곳”이라며 “행상 등을 위해 객지로 떠난 임을 그리워하던 애절한 사연이 아리랑 가락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8월이면 이곳에서 뗏목축제도 열린다. 이어 송천 협곡을 따라 페달을 밟다보면 기암절벽과 정겨운 산촌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북면 구절리역에 도착한 후 인근에 위치한 높이 209m의 오장폭포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또다른
묘미다.
매월 끝자리가 2, 7일인 날에 이 지역에선 5일장이 열리고 이날엔 서울 청량리~정선간 ‘관광열차’가 운행돼 기차를 이용한
연계관광도 가능하다. 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영동고속도로 진부IC~백석폭포~나전3거리~항골계곡~아우라지 코스를 이용하면 환상적인 강변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다.
레일바이크 마니아를 매료시킬 또하나의 요소는 코스 길이와 독특한 구조다.
아우라지역~구절리역 구간
선로자전거 코스 길이는 전국에서 가장 긴 7.2㎞에 달한다. 출발점에서 종착점까지 도달하는 데 40분가량이 소요된다. 땀을 흠뻑 쏟으며
레일바이크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고 코스 중간중간에 3개의 터널이 있어 더욱 짜릿한 레이스를 즐길 수 있다.
#독특한 역사 개발
레일바이크 종착점인 구절리 역사 주변에선 이색적인 카페테리아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폐객차를 개조, 여치 암수 두마리가 어우러진 모습을 형상화한 ‘여치카페테리아’가 그것이다. 폐객차 2량을 2층으로
개조해 1층은 식당, 2층은 카페로 꾸며지며 공사는 5월말 모두 마무리된다.
또 오는 9월말쯤이면 아우라지 역사 주변에
천연기념물인 어름치가 여울살 자갈에 산란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카페테리아가 그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레일바이크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코스 중간
부분에 3개의 휴게소도 설치된다.
이밖에 구절리역 인근 노추산 일대에 번지점프장, 인라인스케이트장, 체육공원, 산악자전거도로,
클레이사격장을 추가 설치해 이 지역을 4계절 레저스포츠 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정선군청 문창신씨는 “사업 성과를 검토해 하반기에 50대를 추가
제작해 투입할 방침”이라며 “정선을 찾아 철도관광을 즐기며 자연경관에 젖으면 피로가 한꺼번에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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