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들

아버지등뒤에서 울었던 그날

그낭 그럿게 2006. 10. 24. 10:04
▶ 아버지 등 뒤에서 숨죽여 울었던 그날 저녁에 ◀

        아버지 등 뒤에서 숨죽여 울었던 그날 저녁에 어제도 그 남자는 아버지 등 뒤에서 소리 없이 울었습니다 깊게 패인 등줄기, 툭 부러질 듯 위태로운 아버지의 갈비뼈... 이제는 그런 아버지를 미워할 수도 없습니다. 그 남자에게 아버지는 아름답지 못한 추억일 뿐입니다. 하루라도 술을 거르는 날이 없을 정도로 아버지에게 술은 가족이자 친구였습니다. 술에 취한 아버지는 어머니를 때리기도 하고, 닥치는 대로 집안 살림을 부수기도 했습니다. 이런 아버지를 대신한 어머니가 어린 삼남매의 끼니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되었습니다 하루 일당으로 받은 쌀 한되. 때론 반찬 살 돈이 없어 어머니가 일하시는 식당에서 반찬을 얻어다 끼니를 때우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행복할 수 있었던 기억이라고는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따스하게 등을 두둘겨 주었을 때뿐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남자는 자랄수록 아버지에 대한 미움도 함께 키웠습니다. 이런 그 남자를 지켜주었던 건, 바르고 곧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술주정에 맞서 항상 어린 동생을 감싸주었던 누나 그리고 형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아버지가 여리디여린 모습으로 그남자 앞에 그리고 가족들 앞에 서 있습니다. 아버지는 그저 미움의 대상인 줄만 알았는데 이제 알고 보니 오랜 그리움과 회한의 대상이기도 했다는 걸, 그 남자는 여윈 아버지의 등을 닦아드리면서 깨닫습니다. 또한 시집 장가로 흩어졌던 가족이 아버지를 뵈려고 주말마다 모여드는 걸 보면, 이제는 아버지가 고맙기까지 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예전 아버지에 대한 미움으로 가족들을 더 똘똘 뭉치게 했던 그 원동력이 이제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다시 한번 가족애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그 남자는 생각합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당신과 우리를 한데 묶고 싶다고... 그 남자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아버지의 목욕물을 받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야윈 등 뒤에서 숨족여 울어 봅니다. [행복한 우체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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