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정부의 문교부가 1947년에 채택한 국정교과서 체제가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JTBC 뉴스9은 국정체제의 부활을 선언한 서병수 교육부장관의 인터뷰와 후속 보도를 통해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교학사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냈다.
JTBC 손석희의 뉴스9 방송화면 캡처
사실 일제의 식민지지배를 옹호하는 식민지사관은 대한민국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적 영역에서 토론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내내 뉴라이트 계열의 사이비 역사학자와 서울대 중심의 경제학자, 좌파에서 전향한 기회주의적 우파, 조중동이 뒤를 받친 역사왜곡 논란은 공적 영역에 뿌리를 내린 후 박근혜 정부에 들어 교육부의 전폭적 지원 하에 검정 통과에 성공했다.
교육부를 중심으로 정치권이 가세해 국민적 논란으로 확산된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검정 통과는 채택률 0%라는 국민적 심판을 통해 사실상 종결됐다.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교육부는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했던 20개의 학교가 채택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의 압력이 가해졌다며, 특별조사에 나섰고 서병수 교육부장관의 기자회견으로 그 동안 숨겨왔던 이빨을 드러냈다.
JTBC 손석희의 뉴스9 방송화면 캡처
서 장관은 채택률 제로라는 국민의 뜻을 무시한 채 사실상 종결된 역사왜곡 논란의 불을 되살리며, 이런 혼란을 종지부 찍기 위해 국정교과서 체제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교육과정정책국’(가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승만의 교육부가 일본 군국주의의 잔재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1947년에 신설했다 김영삼 정부 들어 폐쇄된 편수국을 부활하겠다는 뜻이다.
역사 전문가들은 서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편수국 부활은 이명박근혜 정부 내내 각계에서 진행돼 온 ‘역사 되돌리기’의 결정판이라고 말한다. 친일부역자의 후손과 산업화 세력에 뿌리를 내린 기회주의자들이 아니라면 모든 국민이 봐도 이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없다.
민주화 투쟁 외에는 거의 아는 것이 없었던 YS가 3당 합당을 통해 보수 대통령에 적을 올렸지만, 그의 피에는 민주화 운동의 피가 일정 부분 흐르고 있었다. 국정체제를 담당했던 편수국의 폐지는 이를 입증하는 것 중에 하나며, 민주주주국가들의 공통적 추세이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와 금융권이 초래한 IMF 외환위기 덕분에 대통령에 오른 김대중 정부와, 민주화 운동의 주역들에 의해 대통령에 오른 노무현 정부까지 ‘민주정부 10년’ 동안 검인정 제도는 이념에서 탈피해 권력의 수중에서 벗어나 국민들 사이에 안착했다.
JTBC 손석희의 뉴스9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민주주의국가의 세계적 추세인 검인정 제도가 눈에 가시였던 보수 세력들은 ‘뼛속까지 친일’인 이명박 정부 내내 식민지사관에서 탈피한 역사를 다시 정쟁의 장으로 끌어올렸다. 그 선봉에 교육부(당시에는 교과부)가 있고, 뉴라이트 계열이 접수한 국사편찬위원회가 이론적 배경을 제공했고, 조중동이 여론을 선동했고, 사이비 역사학자들이 전위에 섰다.
이들의 목표는 민주화 세력의 결과물인 검인정 제도를 무력화시켜 국정체제로 돌아가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역사왜곡 논란을 최대한 키우는 것이었다. 그 결과가 교학사 역사교과서 편법적인 검정 통과로 결실을 맺었다. 국민의 반발은 당연했고,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역사를 정쟁의 장으로 끌어들여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시켰다.
이들이 참여정부의 사학법 개정에 격렬히 저항한 이유가 드러나고 있다.
편수국 부활을 선언한 서병수 교육부장관의 기자회견이 화룡점정이었다. 이를 놓치지 않은 JTBC 뉴스9은 보수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역사왜곡 논란의 본질이 ‘민주정부 10년의 흔적’을 이 땅에서 제거해 보수 세력 친화적인 권위주의로 회귀하는 것임을 밝혔다. YS 정부 때 폐쇄된 편수국 부활이 이를 입증한다.
만일 국정체제로의 회귀가 최종목표였다면 교학사도 희생양에 불과했다는 가정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JTBC 뉴스9의 보도는 뉴스타파의 미니다큐 시리즈와 함께 역사를 본래의 자리에 그대로 두는 시의적절한 시도였다. 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두 방송의 고군분투에 박수를 보낸다.
꺼진 불도 다시 보듯, 보이는 이면에 자리한 것이 무엇인지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상대로 전방위적 전쟁을 벌이는 박근혜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라면 더욱 더. 이것 때문에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한 특검이 묻히고, 채동욱 찍어내기에 청와대가 연루된 사실이 묻히고, 경제민주화에 반하는 줄푸세가 노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묻히고,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수세력의 결집을 유도하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꼼수가 묻혀버린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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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에서 무협소설이란 도구를 빌려 정치의 본질에 대해 다룬 7년 전의 글을 그 이후의 공부를 더해 새롭게 연재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어렵고 철학적이지만, 동서양의 정치철학과 인문학적 질문들을 최대한 녹여냈습니다. 최대한 쉽게 다가가려고 무협소설이라는 틀을 이용했기에 좀 어렵지만 재미도 있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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